세월호 사건에 지친 지금, 마음 정화용 책을 찾다가 이 책을 집어들었다.
원래 논어를 집어들었었는데, '논어'라는 글자로부터 묘하게 이것 저것 연상되면서 괜시리 기분이 울적해져서 내려놓았다.
그런 날 보고 신랑이, 마음 치유에는 '내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가 최고라며 나에게 그 책을 건내주었다. 영문판으로.....
.......에라이
내 마음을 치유하려는거야 혹사시키려는거야!
옛 현인의 선집이 늘 그렇듯, 예전에 한번 다 읽었었는데 다시 봐도 내용이 새롭다. 즉 기억이 전혀 안난다는 말..
기억나는 시가 딱 하나 있는데 바로 '강남의 여인'이라는 시이다.
싸이의 강남스타일과 왠지 오버랩되면서, 읽고 엄청 유쾌해졌던 시인데, 그 시 하나 말고는 다 왜이렇게 새롭지?
정말 어째서 다 새롭지? 부끄러워서 눈물이 나네 ㅠ_ㅠ
나는 원래 시라는 장르를 읽는 것에 굉장히 어려워했었는데, 옛 시는 당연히 더 어려웠다.
그래서 사실 집중은 하되 머리는 비우고(?) 주욱 읽어내려갔었다.
옛 말투라 글이 눈에 잘 안들어오니 집중을 하긴 하는데,
읽는다고 그 느낌이 내게 완전히 전달되느냐 하면 그것은 또 아니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지겹기도 하고 졸리기도 하고 좀이 쑤시기도 한데,
읽다 보면 묘한 깨달음이 온다. 정말 온다.
머리도 맑아지고 기분도 좋아졌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찰나의 순간, 시를 쓸 당시 시인의 기분이 온 몸을 타고 전해졌었다.
책을 읽고 이런게 가능하냐고 물어보신다면, 뭐라 설명할 방법이 없다. 직접 읽어보라는 말 밖에..
그 때의 그 느낌은 참 신기했다.
아직도 그 묘한 전율이 생생한데, 책을 읽지 않고 그 느낌만 다시 느끼려고 해도 도저히 느낄 수 없다.
그래서 다시 읽어보려 한다.
한시도 눈을 떼지 않고 관심을 가지려 했지만,
계속 사고 관련 글 본다고 해서 태교에 큰 차질이 있을거라는 과학적 근거가 없으니 무시하려 했지만,
그래도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채 나와 함께 슬퍼하고 분노하고 좌절할 뱃속의 햇님이가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지금은, 마음의 정화가 필요하다.
마음 깊이, 그들을 잊지 않고 가슴에 새겨놓겠다.
그리고 이 황당하기 짝이없는 현실을 바꿀 수 있는 힘을 기르려 노력하겠다.
내가 지금 외치는 외침은 너무나 공허한데,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데, 그렇다고 지금 가슴을 치고 답답해 하여 무엇하겠는가.
지금의 보잘것없는 내가 힘이 없어서일 뿐..
우리가 온 힘을 다해 맡은 자리에서 정진해서,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들이 되는 그 날,
다 같이 한자리에 모여
너희를 이렇게 만든 현실을,
그리고 그 근본적인 원인을 모조리 외면하는 대한민국을
바꾸도록 노력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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