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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ughts

[2] 단상

이것은 9월 27일의 일기

미국에 도착해서 매일 일기를 썼지만, 15일째가 지나니 그도 잘 안지켜졌다.


이제 다시 자주 써야하는데.


아무튼 다시, 이것은 9월 27일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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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다섯번째 날까지는 일기를 썼는데,

벌써 또 15일치 일기가 밀려버렸다.


매일 있었던 일 정리는 조금 있다가 간단히 하기로 하고,

지금은 잠깐 눈을 감고, 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생각해 보기로 한다.







우와, 여기가 한국이 아니라니..



나는 그 흔한 한국 토박이다. 한국에서 태어나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회사..


그리고 행복한 결혼 후,

나는 지금 여기, 남편과 함께 LA에 있다.





정말 고민을 많이 했었다. 고민 안될 것 같겠지만 의외로 고민된다. 

남들은 다 외국으로 떠나는 내가 부럽다던데, 막상 다들 그 결정의 순간이 오면, 누구라도 쉽게 '그래 떠나자,'라고 마음먹기 힘들다는 것을 깨달을 것이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고, 결정하고서도 몇번이나 눈물을 흘렸었다.



잡한 심경의 변화가 많았지만 어쨌든 나는 여기 왔다.

그렇게 그렇게 이 곳에 왔다.



그리고 깨달았다.

여기 왔다고 해서, 생각보다 많은 것이 갑자기 변하지는 않았다는 사실을...


무슨 말이냐면,

내 인생이 아직 크!게! 변한 것은 아니라는 느낌?

그래서 그런지 생각보다는, 슬프다거나 한국이 그립다거나 한국에 두고 온 많은 성취들이 아깝지는 않다. 그것들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고, 나는 그 토대를 밟고 이곳에 왔으니 그것들은 그 자체로 나 자신이고,

감회가 새롭고 뭐 어떻고 하는 느낌도 사실 크지 않고, 결국 사는 곳 말고는 바뀐 게 아무것도 없다는 느낌.

 

떠난다고 해서 덜컹 새로운 변화가 시작되는 게 아니라는 사실.


변화는 그저 사는 곳 한번 파격적으로 바꾼다고 생기는 게 아니다.

물론, 삼십일 간 겪은 일들은 정말 문화충격 그 자체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 인생 자체가 뭔가 바뀐 것은 아니라는 것.






변화는 지금부터, 스스로 빡세게 만들어야 한다.


내가 여기서, '와 미국! 우와 외국이다, 새로운 세상 yoㅡ!' 하면서, 겉으로만 보이는 변화에 만족해버리고 이대로 살면,

결국

훗날 한국에 돌아갔을 때,

다시 예전의 한국인 토박이였던 시절의 내 모습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여기 와서 확실히 느꼈다.

모든 것은 내가 변해야 변하고,

내가 변하지 않으면 내가 미국에 있든 한국에 있든 변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일단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조금 더,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이 뭔지, 이루고 싶었던 것이 뭔지,

정리해보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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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쓰고 보름이 지나도록 아직 정리해보는 시간을 가지지 못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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