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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ano & Music

[26] 내 피아노

 

 

아마도 11월 11일이었을 것이다.

미국에 와서부터 피아노가 갖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는데, 진짜로 사버린 날.

블랙 프라이데이때 사려고 했지만, 도저히 기다릴 수 없었다.

 

 

전자피아노.

실제 피아노와 최대한 비슷한 소리와 느낌(해머감, 터치감 등등)을 살려 만들었지만,

전자식이기 때문에 음 변조, 음량 조절 및 녹음이 가능하다.

 어떤 모델은 신디사이저처럼 드럼 소리나 배경음을 깔 수 있지만,

이 녀석은 기본 피아노의 기능에 최대한 충실한 모델이라 그런 건 없다.

대신 정말 실제 피아노 느낌과 비슷하고, 소리도 좋다.

모델은 Yamaha YDP-161

 

 

[Pierre's Fine Pianos(http://www.pierresfinepianos.com/)]라는 샵에서 샀는데, 정말 만족스러운 가격에 구매했다.

무려 시중가보다 거의 300~400달러 싸게!

 

딜러 아저씨는 프랑스인이었는데, 구글이나 Yelp 후기에서 본 것처럼 아주 상냥하고 사람 좋아보이는 분이셨다.

한국어도 할 줄 아신다. ㅋㅋㅋ 계약 기간이 점심시간 쯤이었는데, "아 배고파!!"라고 말해서 깜짝 놀랐다.

 

우리가 산 피아노는 약 2개월 정도 전시되어 있었던 물품이라고 한다.

사실 일반적으로는 절대 전시품을 사면 안된다.

특히 유동인구가 많은 마트나 백화점 전시품은, 정말 많은 사람들이 손을 댔고 또 전시 기간을 알 수 없기 때문에

굉장히 지쳐버린 피아노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

 

하지만 이 가게는, 위치도 로스엔젤레스 서쪽 외곽이며, 사람이 그리 많이 오는 가게는 아니다.

2개월 전시되었지만 몇사람이나 쳐 봤을지 모르겠다. 사람 정말 없다. ㅋㅋㅋ 장사는 되겠지?

백화점이나 전문 샵처럼 새 제품을 쌓아놓고 파는 곳은 아니지만,

좋은 새 제품을 싸게 얻어와서 고객에게 팔며, 중고도 취급하고, 피아노 수리나 조율 등등도 물론 가능한 곳이다.

어쿠스틱 피아노가 가장 많고, 그랜드 피아노도 있고, 전자피아는 거의 없었다.

아마 전자피아노 보러 오는 고객도 거의 없을 듯.

아무튼, 여기는 개인 딜러의 정말 오~래된 피아노 샵이었다.

 

사실 주인아저씨를 믿어야 전시품을 살 수 있다.

우리는 그가 믿을만해서 이 제품을 샀다.

(또 하나, 아마존에서 주문하지 않은 이유는, 나중에 한국에 갈때 결국 팔고 가야 할텐데, 이 가게에 좋은 조건으로 되팔 수 있기 때문!)

 

 

 

원래 사려고 했던 제품은 나의 오랜 폭풍서치로 결정된 Casico PX-150이었다.

그런데 이 주인아저씨 카시오를 참 싫어한다. 야마하가 좋다며.

나도 익히 알고는 있다. 야마하가 수리하기도 좋고 - 카시오는 수리를 해주는지도 모르겠단다 - 인지도도 높다.

하지만 약 5년전 신촌 근처의 피아노 샵에서 야마하 전자피아노를 직접 쳐봤을 때,

아....그 찢어질 것 같은 너무나도 맑은 이상한 소리...를 잊지 못하여, 야마하 전자피아노에 대한 안좋은 편견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직접 이 피아노를 쳐봤을 때는, 그때와는 전혀 느낌이 달랐다.

뭐, 피아노 치는 느낌은 직접 표현할 수 있는게 아니다. 그래서 말로 설명은 안되지만, 정말 만족스러웠다.

 

 

 

 

배송료는 좀 비쌌다. 65달러 ㅠ_ㅠ 집이 가까워서 싸게 해 줄줄 알았는데, 힝.

아무래도 피아노 값을 우리의 동정어린 눈빛때문에 너무 낮춰서, 배송료는 받아야 했나 보다.

ㅋㅋㅋ이해한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집에 와서 설치했는데, 아니!

우리 집에 딱 한 공간, 아주 어정쩡하고 쓸데없는 공간이 있었는데,

거기에 요놈을 놓았더니

마치 거기가 원래 제 자리였던 양 너무너무 딱 맞아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피아노 길이와 벽 길이가 아예 똑같다.

 

배달해주는 아저씨조차 놀랐다며.ㅋㅋㅋ

 

 

 

요새는 그래서 열심히 피아노를 치고 있다.

사실 쉽고 재미있기는 뉴에이지가 좋지만,

나는 역시 어릴때부터 꿈꿔왔던 과업을 이루고 싶다.

 

그래서 매일매일 하농과 체르니와 바흐를 연습한다.

그리고, 그것만 하면 지겨우니까 연주용 곡도 한두개쯤 병행하고.

정말 초등학교때 학원에서 싸이클 돌던 그 순서대로 연습 싸이클이 돈다.

 

그때는 왜 그렇게 학원가기 싫었을까.

사실 그때도 피아노 치는 것은 정말정말 좋아했다.

학원의 시스템과 요상한 스파르타 교육이 싫었을 뿐.

 

그래도 그때 배운 덕에 지금 수월하게 독학이 가능한 것 같다.

하지만 좀 사정이 나아지면 전문가에게 직접 배워보고도 싶다.

그 전까지 수준을 많이 올려서 내가 꿈꿔왔던 곡들을 칠 수 있는 기초를 닦아놓고 싶다.

 

피아노를 칠 때는 너무너무 행복하다.

정말로 재밌다.

어릴 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피아노를 전공으로 선택하고 싶다.

 

물론 내가 만약 지금 내가 피아노 전공자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면,

"어릴 때로 돌아간다면, 공부를 하고 싶어!" 따위의 말을 하고 있을 수도 있지만. ㅋㅋㅋ

 

 

 

 

* * *

 

아 그리고,


피아노는 태교에도 좋다고 한다.

 

그렇다, 나는 임신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직 이 말이 어색하다)

 

 

사실 피아노를 사면서 신랑에게 이렇게 주장했다.

 

"태교로 피아노 칠거야!!!"

 

물론 우리 착한 신랑은 내가 그런 주장을 안해도 갖고싶어한다니 사줬을 테지만,

어쨌든 나는, 이렇게 비싼 것을 지르기 위해서는 저런 식의 자기합리화가 필요했다.

 


아무튼, 손가락을 많이 놀리는 것이 태교에 좋다고 한다.

퀼트나 바느질도 하려고 했는데, 역시 피아노가 제일 나에게도, 아기에게도 좋은 것 같다.

 


아 그런데, 하농을 듣는 것은 고문이려나? ㅋㅋㅋ 쿵쿵쾅쾅쿵쿵쾅쾅

모르겠다, 하농을 칠 때조차 즐거우니 우리 햇님이에게도 고문이 아닐거라 믿는다.

게다가 규칙적인 음이 아기 듣기에 좋다고 하니깐.

 


그래도 햇님이가 지루할까봐 캐롤도 연주하고 이루마의 곡도 연주해준다.

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