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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Los Angeles/Information

[76] 미국 통신사 이야기 (휴대폰 개통 에피소드)

 

 

 

** 경험담 &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

 

처음 미국에 오자마자 했던 우리의 결심은 '무조건 돈을 아끼자'였다.
그래서 미국 내에서 가장 저렴하다는 T-Mobile을 이용하기로 별 고민없이 결정을 내렸었다.

개통 과정에서 정말 빡치는 일이 많았지만, 그러려니 했다.
미국에 온 지 얼마 안된 우리는 미국인들이 일처리 느린 거, 일처리 엄청 못하는 거, 모두 그러려니 하고 다 이해해야 하는 줄 알았다.

T-Mobile 가입 이야기 : 2013/10/18 - [in Los Angeles/Information] - [3] LA 초기정착 시 겪은 일들(인터넷/모바일/전기/물)

 

이해해야 하는 건 맞는데,
반년도 더 지난 지금에서야 깨달음이 왔다.

우리는 느린 일처리에만 피해를 본 게 아니라, 그냥 이 통신사에 사기당한 수준이었다.

 

 

 

T-Mobile에게 겪은 수모들

 

첫째, 이제야 깨달은 사기

 

처음에 T-Mobile에서 유심 칩을 사야한다는 말에 '엥?'하는 반응을 보였더니 점원이 유심 칩 가격 $20을 크레딧으로 넣어준다고 했다.
여기서 크레딧은, $20을 우리 T-Mobile 결제 구좌에 포인트처럼 넣어준다는 말이다.
즉 한달에 $50 내야 하는데 20$ 크레딧을 받으면, 다음 달에는 $20을 제외한 $30만 지불해도 된다는 말.

.......... 그땐 참 정신이 없어서 확인을 못했는데, 우린 그 크레딧 결국 못받았다.

 

둘째, 패밀리 플랜에 대한 이야기.

 

T-Mobile의 패밀리 플랜으로 개통하면 나와 신랑 두사람 합해서 $80 + Tax (캘리포니아 약 10%) 정도의 요금이 나온다고 했고,
패밀리 플랜으로 하기 위해 여권 사본을 이민청에 보내어 Visa 확인을 받아야 된다고 했다.
확인을 받는 데에 최대 24시간 걸리니, 확인되면 점원이 전화 준다고 말했었다.

우리는 약 36시간 정도가 지난 후에 확인되었다는 전화를 받았었고,
그 전화를 받고 신나게 개통하러 갔더니, 점원이 '실수였다'고 말했다. 확인이 아직 안된 것.

폰 개통이 시급했던 우리에게 점원은
일단 가격이 거의 비슷하고, 제공되는 서비스(3G 데이터 500MB, 통화, 문자 무제한)는 똑같지만, 아주 조금 더 비싼 
'Prepaid 프리페이드(매달 $50 충전하는 시스템)'로 개통하길 권했고,
우리는 별 다른 수가 없이 결국 개통을 했었는데ㅡ

72시간, 96시간... 영겁의 시간이 흘러도 이민청에서 확인은 안왔었다.
결국 우리는 패밀리 플랜으로 변경하지 못한 채 프리페이드 시스템으로 약 7개월 살아왔다.

 

처음에는 그 즈음에 일어났던 연방정부 셧다운 사건 때문인가 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셧다운 때문이었다면, 점원이 생초짜가 아닌 이상 애초에 여권 사본을 받을 필요조차 없었을 테고

게다가
아니 대체, 어째서 그런 중요한(여권 사본=중요한 개인정보) 확인이 왔는지 안왔는 지를 헷갈릴 수가 있을까? 싶었다.
그 당시에는 너무 바빠서 '아. 몰라몰라, 일단 개통이 시급해!' 하며 개통을 했지만, 아무튼 지금까지 미스테리하다.

 

더 황당한 것은 두달 쯤 후 프리페이드 충전을 위해 - 직접 가서 돈을 내거나 컴퓨터로 결제 가능하다 - 다른 T-Mobile 지점에 갔는데
거기서 점원이 패밀리 플랜은 Deposit이 있으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불과 두 달 사이에 시스템이 바뀐 걸까? 새로 생긴 걸까? 개통 당시 우리를 상대했던 그 점원은 이 사실을 몰랐을까?
우리의 여권 사본은 대체 어디로????

어쨌든 Deposit은 $200였던 걸로 기억하고, 대신 1년간 그 돈이 묶이며,
1년이 지나기 전에 다른 통신사로 옮기면 Deposit은 못받는다고 했다.
-_- 1년 묶인다는 말에 어이가 없어서 그냥 계속 프리페이드로 살았다.

 

셋째, 프리페이드 폰 충전 이야기

 

컴퓨터로 매달 $50 충전이 가능한데,
두 번째 달에 폰을 충전하려고 보니
내 폰은 충전이 안되는 게 아닌가?

카드로 $50을 몇번을 결제 했는지 모르겠다.

당시 운전면허 때문에 굉장히 스트레스 받아 있는 상태였는데 폰 충전까지 안되서,
게다가 돈이 일단 통장에서는 빠져나가고 은행에서 묶여버려서
은행에도 전화하고 T-Mobile과 통화하는 등 꽤 고생했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처음 개통 당시 점원이 내 이름을 그냥 신랑 이름과 똑같이 -_- 기입해 놓았었다.
결제자 이름과 폰 주인 이름이 달라서 은행에서 돈이 넘어가지 않았던 것.

그 점원은, 여권 사본에 떡하니 적혀 있는 내 이름 알파벳 8개 적기가 그렇게 힘들었을까?

 

넷째, 이번에 통신사 변경하며 알게 된 사실

 

AT&T로 통신사를 변경하러 갔는데,
AT&T 직원이 말하길, 'T-Mobile 해지를 위해서는 핀 넘버가 있어야 한다'며ㅡ
보통 번호 4자리인데 뭐냐고 묻는다

읭?

개통 당시 그런게 있다는 얘기도 제대로 못들었었다.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멍때리던 중, 문득 그 당시의 일이 생각이 났다.

점원이, 유심칩을 주면서, 그리고 종이 하나를 주면서, 이거는 별로 필요 없는 번호인데 일단 임의로 지정했다고 말한 기억이, 났다.

아. 진심 화가 나더라.
별로 필요 없는 번호라고? 해지할 때 필요한 번호였는데? 해지 못하게 방해하는건가? 아놔 ㅋㅋㅋㅋㅋ
뭔지도 모르는 번호를, 마음대로 지정해 놓고, 그럼 나중에 그 번호가 필요하면, 고객은 기억을 당연히 못할테고! 대체 어쩌라는 거야 정말!!

핀 넘버를 모르더라도 해지할 방법이 있긴 있었다.
AT&T 직원이 T-Mobile로 전화를 걸어서 번호 변경을 요청한 후, 그 번호를 받아 해지하면 되긴 했다.
시간이 좀 많이..아주 많이.. 걸려서 그렇지..

하아... 결국 이 핀 넘버때문에 우리가 허비한 시간이 약 1시간이 넘는 듯 하다.

우리 잘못이라고? 맞다. 점원이 어디다 쓰는지 말도 안해주고 임의로 지어준 그 번호를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 우리 탓이다.
우리 기억력이 겁나 안좋았던 탓일 뿐이다. 하하하

 

다섯째, 늘상 겪었던 수모

 

다른 말이 필요없다.
이건 거의 쓰레기 수준이다.

집에서도 안터진다. 강의실에서도 안터진다. 시내 한복판 프리웨이에서도 가끔 안터진다. 조금만 번화가를 벗어나면 안터진다.
마트에서도 안터진다. 엄청 유명한 박물관이나 관광지에서도 안터진다. 로스앤젤레스와 아주 조금 떨어진 말리부에서도 안터진다.

다른 지방으로 여행이라도 가면 구글로 길 찾아야 하는데 안터진다. 조심하자. 미아 된다...

 

 

 

AT&T로의 변경

 

이 거지같은 T-Mobile.

이젠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게다가, 이번 학기에 출산 예정인데, 신랑이 강의실이고, 나는 이제 병원에 가야 할 것 같은데, 강의실에서 폰이 안터지니 연락이 안되면
정말 큰일이 아닌가?

도저히 안되겠어서 통신사를 변경하기 위해 AT&T 요금을 알아보았다.

 

왠걸.

T-Mobile Prepaid폰과 거의 비슷한 금액에 데이터는 2배나 더 많이 주는 게 아닌가?
게다가 AT&T는 T-Mobile에 비해 훨씬 잘 터질 테고!!!

지금까지 T-Mobile을 사용한 우리가 정말 바보처럼 느껴졌고, 당장에 변경을 하러 가까운 대리점으로 신나게 달려갔다.

 

하지만, 변경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역시 미국은 미국이다.

 

일단 좋았던 점은, 우리 신랑이 아직 연구실을 구하는 중이라 Social No.가 없는데,
Socila이 없으면 Deposit을 $500이나 내야 한다고ㅡ

우리가 놀란 토끼눈을 지으니까,

대리점 아저씨가, 웨이버(Waiver 대강 돈을 안내도 되게 해준다는 뜻) 신청을 해볼 테니 기다리라고 했다.
결국 $500 없이 개통할 수 있었지만, 약 한시간 정도를 더 기다려야만 했다.

그리고! 유심칩은 공짜였다.
T-Mobile에서 유심칩 사기를 당한 우리는 유심칩에 조금 민감했었는데... 유심칩 무료인 게 참 고마웠다.

 

나빴던 점은, 또 내 폰이 문제다.

T-Mobile에서도 그렇고, 얘네도 그렇고 다들 내 폰하고 원수진거야? 그런거야?

 

1) 신랑 폰은 금방(이래봤자 대리점에서 거의 2시간을 보낸 후였지만) 개통이 되었는데
    내 폰은 신랑 폰 개통 후 2시간이 더 지났는데도 개통이 안됨. 점원이 분명 약 15분에서 1시간 내로 개통될 거라 했었는데...

2) 매장에 전화해보니 전화 정말 안받음

3) 결국 매장으로 다시 돌아갔더니 그제서야 '어? 왜 개통이 안되었을까?' 하고 확인 작업에 들어감

4) T-Mobile에서 내 원래 폰 번호를 놓아주지 않고 있다고 함 (....아니 대체 무슨 말인가 자네...)

5) 어찌어찌 고쳐주겠으니 약 30분 후에는 개통될거라고 집에 가서 기다리라고 함. 일단 믿고 집에 감

6) 30분 쯤 후 개통이 됨. 단... 다른 번호로 개통이 됨....^-^..................????

7) 대리점에 전화를 다시 넣었고, 다시 원래의 내 번호로 고쳐 줌

 

이제 다 해결된 줄 알았다. 정말로...

하지만, 다음 날!

 

8) 옆집 언니에게 문자를 보냈는데 내게 폰 번호가 바꼈냐고 물어보심... 읭?

9) 알고보니, 아이폰끼리 보내는 아이메시지의 경우, 어제 잠깐 잘못 개통된 그 다른 번호와 연동이 되어 있음.

10) 껐다 켜보고 유심칩도 뺐다 넣어봐도 고쳐지지가 않아서 신랑이 겁나 빡쳐서 대리점으로 다시 뛰어감.

11) 대리점 점원도 윙? 했음. 처음 보는 현상이라고.... 결국 유심칩을 새로 끼워넣었더니 해결됨.

 

 

 

 

길고 긴 통신사와의 씨름이 드디어 끝난 걸까?

어쨌든, 기록 차원에서, 또한 누군가 비슷한 수모를 겪지 않도록 정보 공유 차원에서
이렇게 험난했던 여정(?)을 기록해본다.

 

일단 AT&T로 바꾼 건 정말 잘한 일인 것 같다.

강의실에서 터진다 ^-^

집에서도 폰이 터진다.

이제 집에서 전화 받을 수 있다... 원래 창가에 붙어서 받거나 아예 집 밖으로 나가야만 통화가 가능했었는데..

 

 

 

** 더 잘터지는 Verizon으로 바꾸지 않은 이유 :

    Verizon은 어떤 폰 기종이든지 간에 Verizon만의 폰이 따로 있다고 한다.
    만약 Verizon에서 아이폰5를 사고 개통하면, 그 기기로는 Verizon만 이용할 수 있다는 뜻.

    우리에겐 아직 최신식 고물인 iPhone 4가 멀쩡히 살아있어서, Verizon은 논외로 했다.

 

 

아무튼,

이제 여행 가도 미아 될 가능성이 조금 줄어든 거 같다. 아하하하

(미아가 될 가능성이 아주 없지는 않다... 
미국은 한국만큼 통신망이 발달되어 있지 않아서 아주 인적이 드문 지역으로 가면 어떤 통신사라도 잘 터지지 않는다고..
그나마 가장 잘터지는 곳은 Verizon이다.)

 

 

** AT&T가 미국 최악의 통신사로 뽑힌 적도 있다는데, 어쨌든 우리는 T-Mobile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 100% 우리 말만 믿진 마세요 :)

    최악의 통신사라는 기사 : http://techneedle.com/archives/6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