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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Los Angeles/Daily Life

[45] 한밤중의 물난리

지금은 새벽 한시 반입니다.

저녁 여덞시 쯤 갑자기 욕실에서 보글보글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보글
보글
보글
보글글글보그르르볼보글
보글보글보글보글보글보글보글!!!!

마치 거품이 보그르르 뽕뽕 솟아나는 소리가 나요.
부리나케 달려가보니 욕실에서 갑자기 물이 막 차오르고 있었어요.

막 욕조가 반 이상 차오르자 저희는 두려움에 벌벌떨며 관리실에 전화했죠.

첫번째 정비사가 옵니다.
한참 보더니 자긴 못한다고 배관공을 부르겠대요.

배관공이 옵니다.
몇십분째 땀 뻘뻘 온 몸이 젖어갈정도로 열심히 뭘 했지만 안되겠대요.
욕조 저 깊숙한 곳에서 커다란 헝겊을 하나 꺼내며 위층에서 변기에 이걸 버린 거 같다곤 하는데,
더 뚫어야하는데 안된답니다.
다른 배관공 친구들을 부르겠대요.

마리오 루이지 형제라도 불러주려나...
마리오라면 버섯먹고 요시타고 배관으로 숙 들어가서 미사일빵빵 쏴서 다 뚫어줄텐데ㅜㅜ


마리오아저씨 오길 한참 기다리는 와중에
갑자기 공포의 보글보글 소리가 또 납니다.
다시 물이 더 차올라요 ㅜㅜ
윗집에 정비사아저씨가 물 차오르니 샤워기 틀지 말라고 말해놨는데... 말은 귓등으로도 안듣나봅니다.
다시 물 쓰지 말라고 말하려고 올라갔더니 대답이 없어요. 으아아아아아악

다행히 넘치지는 않았네요.



다른 배관공들이 거의 한시간이 지나서야 옵니다.
그때가 열두시 반쯤...
카페트 깐 집인데 엄청 바깥에서 굴렀을 거 같은 커다란 머신을 들고 옵니다.
무거워서 굴려서 집에 들여야 한다길래 저희는 부랴부랴 여기저기서 받은 2014년 달력들을 다 찢어서 카펫 위에 길을 만들어줍니다.
안그럼 카펫이라 대책이없어요 ㅜㅜ 마루는 닦으면 되지만 ㅠㅠ

변기도 뜯어내야할지 모른다며 겁까지 주길래
저와 신랑은 이제 슬슬 짜증이 났어요.
사실 두번째 오신 배관공때까지만 해도 그냥 이게 왠 난리냐며 웃기다며 막 웃었었거든요.
하지만 집이 더러워진다면 사정이 달라지죠 ㅜㅜ

가슴졸이며 큰 기계로 새벽에 배관을 막 요래저래쾅코쾅드르륵윙윙하는걸 보고 있었어요.
낼 오전에 스터디취소해야하나.. 잠은 잘 수 있나... 아침에 변기는 사용할 수 있을까.. 배아프면 어쩌지....



그런데! 다행히! 한 삼십분도 안되서 성공적으로 막힌 걸 뚫었답니다.
너무 깊이 있고 뭔지 꺼내지지도 않아서 커다란 기계로 그 막혀있는 무언가를 다 부신 후 물로 확 밀어 넣어버렸대요.

으허...
결국 마지막 4인의 배관공아저씨들조차 원인 자체는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지만, 무사히 작업이 끝났어요.
언제 이물질이 들어갔는지 모른대요. 첨엔 괜찮다가 쌓이고 쌓이고 쌓여 오랜 시간 끝에 막힌 것 같다며...

아저씨들이 1층 처음 살아보냐고, 다음엔 1층 살지 말래요 ㅋㅋㅋㅋㅋㅋㅋ

빨리 뚫어줘서 고마운 마음에 집에 있던 검은콩 두유를 한개씩 드렸어요.
코리안 쏘이 밀크라고 말하며 드렸는데
음... 맛이 강해서 드실 수 있을지 ㅋㅋㅋㅋㅋ



세줄요약.
변기에 뭘 넣지말자!
다음엔 1층에 살지말자(?)!
보글보글 소리는 공포의 소리다!



밤에 별 일을 다 겪어봅니다.
물난리날뻔 했네요.
흐흑



그런데 이 와중에도 보글보글 게임이 생각나네요. ㅋㅋㅋ
재밌었는데 그 게임.. !! 음악도 신나고!

아... 배고프다...